Kolesnikov의 새앨범이 나왔다. 희귀한 작곡가의 희귀한 곡들로 돌아왔다. 프랑스 작곡가 레이날도 안의 소품들이다. 그의 초기작인 10개의 왈츠(1898)와 열정적인 꾀꼬리(1912)에서 25곡을 골라 연주했다. 전반의 9개의 트랙은 열정적인 꾀꼬리에서 중간 6곡은 왈츠로 다시 후반부 10곡은 열정적인 꾀꼬리의 곡들로 돌아간다. 제일 긴 곡도 5분을 살짝 넘는 정도의 소품들이다. 그만큼 어마어마나 구조를 갖춰다거나 분석하려면 골머리를 썩어야하는 곡들은 아니다. 듣고 있으면 뉴에이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처럼 편안해진다. 전반부는 해뜨기 전 새벽에서 아침까지 듣기 좋고 중반의 왈츠는 한낮에 기분전환하며 듣기에 좋다. 마지막 후반부 저녁에 차분히 듣기에 어울린다. 짧고 단순한 곡들이지만 콜레스니코프의 말처럼 드라마틱하고 규모가 큰 곡들만이 가치있는 건 아니다. 작고 부서질 것처럼 섬세한 곡도 나름의 매력과 가치가 있다.
특히 콜레스니코프는 이 곡들의 사라질듯한 섬세함과 덧없는 느낌을 살리려고 야마하cfx로 녹음했다. 스타인웨이보다는 색이 덜 풍부하지만 작은 건반의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소리나도록 조율해 피아노 아주 가까이서 녹음했다고 한다. 콘서트홀의 스타인웨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실내 녹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내밀한 소리들이다.
몇달 전 BBC Radio 3에서 그의 리사이틀을 방송했다. 그 때는 슈베르트의 소나타 18번 (D894)를 각 악장 사이에 작은 소품들을 섞어 연주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등장하는 작은 음악회에 영감을 받아 프로그램을 짰다고 한다. 물론 그 작은 소품들 3곡 중에 레이날도 안의 곡도 있었지만 메인은 슈베르트였다. 그래서 새앨범은 슈베르트일 줄 알았더니...레이날도 안이라뇨.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콜레스니코프는 지난 2년 간 코로나 때문에 몇달은 봉쇄 기간을 지내야했다고 한다. 준비했던 공연들은 취소되고 집에 갇혀 지내면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전기를 읽다가 그의 연인이었던 레이날도 안의 음악에 빠지게 된 것 같다. 봉쇄 기간 동안 레이날도 안의 음악이 그에게는 생명줄이었다고. 그의 말대로 레이날도 안의 음악이 주는 현실도피 때문이었을까. 이 작은 곡들이 생명줄이 될 수 있었던 건...
누군가에게는 작고 보잘 것 없는 곡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곡들을 연주하고 앨범을 낸 콜레스니코프도 음반사 하이페리온도 용자인듯 싶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 팔리는 걸 보면 전략가들인지도.
솔직히...난 이번 앨범이 저번 골드베르그 변주곡보다는 듣기 편하다. 골드베르그는 연주자의 개성을 많이 실을 수 있는 곡이지만 너무 리듬을 끊어서 연주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 앨범보다는 더 자주 들을 듯싶다.
Track lists
Le rossignol éperdu
1 No 1: Frontispice[3'07]
2 No 2: Andromède résignée[2'12]
3 No 20: Passante[1'16]
4 No 8: Liebe! Liebe![0'58]
5 No 7: Les deux écharpes[1'47]
6 No 21: La danse de l'amour et de l'ennui[4'54]
7 No 29: Chérubin tragique[1'37]
8 No 16: Les rêveries du Prince Églantine[3'20]
9 No 50: La fête de Terpsichore[2'30]
Premières valses
10 No 1: Avec élégance[1'15]
11 No 3: Ninette[0'48]
12 No 4: Valse noble[1'17]
13 No 6: Assez vite[1'34]
14 No 9: La feuille[2'41]
15 No 10: Sans rigueur[4'17]
Le rossignol éperdu
16 No 9: Éros caché dans les bois[3'59]
17 No 41: Les noces du duc de Joyeuse[2'19]
18 No 32: Narghilé[4'01]
19 No 53: Le pèlerinage inutile[4'29]
20 No 19: Berceuse féroce[2'59]
21 No 5: Soleil d'automne[4'05]
22 No 52: Hivernale[5'16]
23 No 38: Le jardin de Pétrarque[2'41]
24 No 48: Le réveil de Flore[2'39]
25 No 22: Ouranos[5'14]
망할 하이페리온는 유튜브에 음원을 공개하지 않는다. 궁금하면 사 들으세요인가. 그래도 사기 전에 맛보기를 볼 수 있는 사이트는 있다.
https://www.prestomusic.com/classical/products/9320237--hahn-poemes-valses#reviews궁금한 나는 CD를 구매하고야 말았다. 시디는 자켓도 시디도 생각보다 허접하다. 뭐 음악 자체는 좋으니까 용서한다. 요즘은 CD가 아니라 Hi Res로 다운로드하는게 대세일지도...그게 음질은 더 좋으니 말이다. 물론 오디오 장치를 잘 구비하는게 우선이지만. 그게 없으면 돼지 목에 진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