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에 대한 사회역학 교양서라고나 할까..뭔가 거창하지만 술술 읽히는 책이다. 교양수준의 사회과학서이다.
우선 사회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밝혀보는 것이다. 1장의 6번째 챕터에서 설명하듯 질병의 직접적 원인 뒤의 또 다른 원인을 찾아가는 것이다. 1장은 사회적 질병원인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한다. 마음이 아프면 입으로는 거짓말을 해도 몸으로 아픈 것이 들어나며 사회적 약자(가난과 차별)을 국가가 보살피지 못할 때 이들에게 질병과 사고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시카고의 폭염으로인한 사망자와 루마니아의 불법낙태로인한 사망자 임신당시 잘 먹지못하고 태어난 이들의 이후 건강상태가 이를 보여준다
2부에서는 직장내 건강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업재해면에서는 삼성반도체공장의 백혈병 발생사건, 석면과 레이온 공장, 전공의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비판한다.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점도 문제지만 문제를 일으킨 물질을 다루는 공장들이 더 가난한 나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이 점은 "굴뚝으로 들어간 의사들"에서 비판한 점과 일맥상통한다. 흥미로운 점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사이에 ptsd가 절반 이상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베트난 참전 군인들이 25퍼센트였던 것을 생각하면 끔찍한 결과다. 이 원인으로 저자는 해고된 사람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에겐 패자부활전이란 없다. 그러니 노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불안에 떨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그리도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20년째 OECD 자살률 1위이다. 자살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1997년 IMF이후 부터이다. 전보다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해고가 쉬워지면서 또 유연한 노동시장이라는 명분으로 만든 비정규직이 늘어나자 사람들의 직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자살이 급격히 늘었다. 20년동안 1위를 했으면 뭔가 정부차원에서 손을 써야하는데 참 헬조선스럽다.
3부는 세월호 피해자들의 이후 삶과 질병, 성소수자들의 건강, 재소자들의 건강에 대해 다룬다. 성소수자들은 사회에서 차별받고 인정받지 못할 때 그들이 우울증과 같은 질병을 앓게될 확률이 높아지며 에이즈 또한 동성애자들을 억압하고 차별할 때 더 많이 발생한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읽는 건 어떤 글을 읽든 힘들다. 살아남은 피해자들에게 세월호 빽이라며 얼마 받았냐고 묻질않나 보상금을 받을 때나 대학교 특례 입학이라도 있을 것같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언론이나 거기에 동조해 상처는주는 시민들이나 참 한심하다. 선량한 피해자역을 꾹 참고 하게 만드는 사회라니 답답하다. 제대로된 심리치료도 못해주는 정부를 보며 보여주기식 졸속 치료가 뭔 치료가 싶었다. 상처 해집기와 뭐가 다른가. 이들의 심리적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왜 배가 가라앉았고 왜 해경은 이들을 구할 수 없었는지 밝혀지고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피해자들의 치유과정과 사고의 원인이 철저하게 기록되고 기억되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 4장은 마을이 건강해야 시민이 건강하다는 내용이다. 사회적 관계망이 단단해야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규제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총기규제가 엄격할 수록 총기사고는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물론 거대 자본이 있는 총기협회는 딴소리를 한다. 늘 돈이 문제다. 우리나라의 규제에 관련해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다.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재해를 막기위해서는 사전주의 원칙을 따를 것을 제시한다. 핵심 원칙은 새로운 물질을 사용하고자 할 때 그것을 사용하려는 기업과 사람들이 그 유해성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사회를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또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원칙과 규제가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는 저자의 말에 역시 돈이 문제라는 생각이..흠
마지막으로 저자가 왜 돈 많이 버는 의사가 아니라 질병 사회역학자가 됐는지 에세이로 적고있다. 20대의 학생운동과 봉사활동이 점진적인 진보의 삶을 선택하게 했다고한다. 어울려 살고 서로의 아픔과 기쁨에 공감하는 삶들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이 끝난다.
역시 읽으면서 헬조선을 읊조리게 된다. 건강한 공동체가 되는 동화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기주의를 조금씩만 버린다면 조금씩 해나가면 언젠가는...